부활절 백일장

<참가부문:글>임해수 집사님 - 온유한 자:The Meek

관리자
20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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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에서 보시는 분들을 위해서>


온유한 자: The Meek

삼십 대 마지막 해였던 2018년, 개인적으로 참 힘들었던 시기가 시작됐습니다. 생각해보면 먹을 것 먹고 웃을 일 있으면 웃고 살았는데, 그 때의 기억 속엔 스트레스와 고민만 가득합니다. 2019년 어느 날, 민수기 12장 3절 말씀 이 마음 깊이 와 닿기 시작했습니다. “The man Moses was very meek, more than all people who were on the face of the earth.” (ESV) 그 때 Meek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고, 하나님께서 내가 좀 더 온유한 말과 행 동을 하기 원하시는구나 정도 생각했습니다. 모세라는 엄청난 지도자에 대한 이미지가 새삼 달라 보이기도 했구 요.

그 Meek라는 단어를 다시 만난 건 딱 만 삼 년을 채우고, 2021년 새해 첫 주였습니다. 한나미니스트리 카카오톡 말씀암송이었는데, 마침 그 주가 마태복음 5장 산상수훈이었습니다. 만 삼 년 계속된 문제를 내려놓고 평안과 기 쁨을 막 회복한 때였는데,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평안은 더 깊어지고 미세하게 남아있던 불안과 미련도 온전히 사 라졌습니다

그리고 2021년 부활절인 오늘, 설교말씀을 통해 마태복음 5장 5절과 그 인용 출처인 시편 37편 11절을 다시 들 으며, 온유한 자(the Meek)에 대한 하나님 말씀이 바늘로 꿰어지는 듯 느껴졌습니다. 이 깨달음과 감사를 기록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들어 이렇게 두서없이 글을 씁니다.

제가 속한 X세대(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 출생)는 한국 개신교에서 절정의 시기를 담당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자녀들로 수적으로도 교회의 성장세를 이었고, 무엇보다 새로운 개신교 문화를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전후세대가 전쟁과 가난의 경험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국 특유의 부흥을 이루었다면, 그 자녀들은 경제적인 풍요와 민주화의 안정을 누리며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서구적이고 모던한 찬양, 집회 문화를 비 롯해 개신교 콘텐츠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세대는 신앙과 삶을 ‘소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당연 한 것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지방대가 정원을 못 채워 문제지만, X세대들에겐 기독교 세계관을 접목한 대학교육도 선택지가 될 정도였죠.

곁가지가 좀 길어졌네요. 감사하게도, 저는 그 크리스천 X세대의 중심에서 살아온 것 같습니다. 어려서부터 보수 교단 교회를 다녔고, 청소년시기에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고백하며 공부와 예배, 교회활동 모두 열심히 했습니다.‘신 앙과 학문의 통합’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재’라는 비전에 공감해 주변의 만류에도 기독교 대학에 입학했고, 그곳 에서 만난 좋은 선생님들과 동역자들은 지금도 인생의 큰 밑거름입니다. 그렇게 20대는 ‘소명’을 향해 노력하고, 30대엔 기독교 구호기관에서 세계 빈곤 지역을 다니며 영상제작자로 일했습니다. 지난 십 여 년의 시간은 정말 감 사하고 즐거운 기회였습니다. 물론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게 인도해 주신 분은 하나님이셨습니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에서 보람을 느꼈고, 또 세계를 돌아다는 것이 참 좋았습 니다. 그런데 2018년이 되면서 뜻하지 않게 상황이 전개됩니다. 회사일을 다 말할 순 없지만, 동료들이 떠나고 기 사에도 오르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결국 연말엔 결과적으로 부서가 없어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이때 부터 ‘영상’ 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희망고문이 시작되었습니다. 기관에서 이 부분을 명확히 정리해주었다면 차라리 마무리를 할 수 있었을텐데, 이후 2년 간을 영상업무와 상관 없는 팀에 소속되어, 일은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리더십과의 크고 작은 갈등도 있었고, 무엇보다 ‘평생 하고 싶었던’ 일 을 그만둬야 할지, 퇴사나 커리어 변경도 생각해야 하는 불안이 계속되었습니다.

신앙생활하며 더한 고통의 문제로 신음하시는 성도도 계실텐데, 고통의 크기로 말한다면 제 문제는 작은 것일지 도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그 시간이 그렇게 힘들었던 것은, 나름 소명이라는 틀 안에서 오랜 시간 노력하며 쌓아 온 커리어와 인생 진로가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의욕적이고 자신 만만했던 태도가 때로는 관계와 평판에도 오해를 가져왔던 것까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시간이 장기화되면 서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소화 불량 등 건강에도 문제가 생기고, 무엇보다 가족이나 동료들에게 예민해지기도 했습 니다. 믿음 가운데 중심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정서적으로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했지만, 종종 아내나 아이들에 게 짜증내고 화를 냈던 것이 두고 두고 후회가 됩니다.

2020년 말,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을 통해 새로운 부서로 발령이 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또 마음 힘들고 야속한 상 황들이 있었지만, 이번엔 좀 담대한 척을 했습니다. 사실 더 이상 방법이 없기도 했고요.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불 안하지만 인도하심을 기다려보기로 했어요. 직장 내 인사이동이야 자연스러운 것이고 다반사지만, ‘영상’이라는 업을 그만둔다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힘든 부분이었어요. 이제는 영상을 하게 되도, 장기적으로는 불안하긴 마찬 가지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삼 개월이 지난 지금. 저는 그 어느 때보다고 평안하고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말 뜻밖이었어 요. 제가 붙들고 있었던 것을 놓게 되었고, 어떤 전문성이나 커리어, 나의 성실함과 노력, 심지어 나의 소명과 비전 으로 하나님보다 앞서 갔던 것을 회개하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관계적으로도, 결과물을 내기 위해 집중하고 고 민했던 스타일을 조금 조정해서, 주변에 귀 기울이고 배려하는 것에 더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민수기 12장에서 미리암의 문제는 ‘하나님이 말씀 주시는 분이 어디 모세뿐이냐?’라고 따지고 들었던 교만이라 고 생각합니다. 그랬더니 하나님께서 ‘너희 셋 모여봐’ 하시고는 화를 내시고 모세의 권위를 인정해 주십니다. 이 일로 미리암은 벌을 받고, 모세는 하나님께 미리암을 용서해달라고 간구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미리암이 영 밖 에 기거하는 7일 동안 행군을 멈춰야 했습니다.

모세의 온유함(Meek)에 대한 말씀을 처음 접했을 때, 이런 열 받는 상황에서도 모세는 대인배 같이 행동하는구 나, 정도 감탄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로 나도 ‘온유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하며 노력도 하고 기도도 했지요. 돌아보니, 제가 처음 생각했던 온유함은 사람의 겉 모양이었습니다. 민수기 12장에서, 믿었던 미리암의 반항과 폄 하에, 아마도 모세는 시쳇말로 ‘뼈 때리듯’ 기분이 상하고 맘이 아팠을 겁니다. 그런데 그는 온유한 모습이었고, 오 히려 하나님께서 편을 들어 주시고 권위를 세워 주셨습니다. 부조리한 상황, 심지어 악인이 득세하는 현실에서도 온유한 모습은 어떤 성품의 함양이 아니라, 나의 생각과 영이 온전히 하나님께 집중하고 있을 때 나타나는 열매였 습니다.

삼 년 전이든, 지금이든 저는 여전히 영적으로 연약하기만 합니다. 내 뜻대로 안 되면 불평하고 스트레스 받는, 철 없는 아이 같은 사람입니다. 오늘 설교에서 ‘악한 꾀를 이루는 자 때문에 불평하지 말고’ (시37:7) 하나님을 신뢰해 야 것을 말씀해주셨는데, 사실 저는 그 정도의 시험은 아직 겪어볼 깜냥도 안 되는 사람입니다. 그래도 삼 년 전과 지금 한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온유함의 의미가 무엇인지, 성장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삶을 살아가며, 내 나름 정직하고 성실하게 하고 있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데 주변에서 몰라주고 반대 할 때, 참 견디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하다못해 사춘기 딸의 말 한 마디에도 기분이 상합니다. 하물며 골고다에 오 르신 예수님은 어떠셨을까요?

늘내가붙들고있는내의가아닌,하나님을전적으로신뢰하고그분을의지하는것, 그리고그런자에게하나 님께서 약속하신 땅과 기업을 바라보는 것이 저의 기도 제목입니다. 부활 주일 아침에 이 깨달음을 주시고, 또 시 절을 좇아 열매 맺게 하실 하나님을 기대하고, 찬양합니다! 아멘!

*대단찮은 글이지만, 혹시 모를 오해를 예방하고자, 간증문은 예수다솜 교회 공동체를 벗어나지 않도록 간곡히 부 탁 드립니다!




✋잠깐만요!


공유 자제를 부탁하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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